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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사마리탄병원 한인 의사들-4] 이형일 위장내과 전문의

"위장내과 라는 한글 번역은 좀 잘못된 것 같아요. 소화기내과 전문의라 해야 제대로 된 해석 같습니다." 올림픽의 이형일 위장내과 전문의는 "한인환자 중에는 '위장내과'라고 하니까 위 즉 소화 안되고 배아플 때만 이곳에 오는 줄 잘못 알고 있다"며 먼저 범위 규정부터 바로 잡고 싶다고 말한다. '소화기 내과 전문의'라 해야 맞다고 설명한다. 위를 비롯해 장 간 췌장과 담낭 등 말 그대로 소화기관을 모두 치료하기 때문이다. 어떤 환자는 간에 이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묻는다며 웃는다. 그가 웃는 이유는 의사 그중에서도 소화기 내과를 택한 이유가 가족 중에 어머니를 비롯해 간염환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배 아플 때만이 아니라 간이나 췌장에 이상이 있어도 위장내과 전문의에게 증세를 말할 것"을 권한다. 이 전문의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73년 LA로 가족이 이민왔다. UCLA를 졸업 USC 의대에 들어갔다. 의대를 마친 후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소화기 내과 전문의가 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리고 88년 한인타운에 개업했다. "물론 개업 이후 지금까지 굿 사마리탄 병원을 이용하고 있지만 사실 의대 들어가면서부터 인연은 시작됐다"고 말한다. USC의대의 부속병원이 바로 굿 사마리탄 병원인데다가 다른 의대와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의대 1년생부터 병원에 보내 직접 환자와 몸으로 맞부딪치게 하기 때문이다. "1학년부터 일주일에 두번씩 굿사마리탄 병원으로 실습을 갔기 때문에 이미 병원을 파악(?)하고 있었지요.(웃음)" 그때가 79년. 첫 인상이 의료시설과 의료진들이 매우 고급스럽다는 것이었다. 의사와 간호사들도 자부심이 대단했다. 다들 병원 소개를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얘기가 "케네디 대통령이 피살 당했을 때 바로 이 병원으로 왔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 시설과 의료진이 최고였다는 얘기다. "나의 경우 소화기 내과 쪽으로만 보아도 내시경 수술 시설이 업그레이드됐고 무엇보다 스탭진들이 우수하다"고 평한다. "환자가 되면 모든 것이 두렵고 공포심이 커지게 마련이에요. 이때 주변 환경 특히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더욱 불안해지지요." 특히 한인 간호사들이 많아져서 이런 점에선 환자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산부인과 병동에서는 '코리언'이라 하면 산후 조리로 미역국과 밥을 줄 정도로 대단히 한인과 친화적인 분위기다. 위치가 한인타운에 가까운 점도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세브란스 병원을 설립한 미스터 세브란스의 조카되는 사람이 굿 사마리탄병원이 처음 설립될 때 도네이션을 해서 한인과 인연이 깊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투자가인 워런 버핏의 파트너이며 이 병원의 이사장인 찰스 멍거는 20년 전에 이 지역의 주인은 앞으로 한인들이 될 것이라 말할 정도로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이 크지요." 이 전문의는 앞으로는 1.5세 2세 의사들도 한인타운 진출을 많이 해서 한인환자들을 치료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제 친구 중에 일본인 2세 의사가 있는데 저보고도 한인타운에서 개업하라고 했어요. 이유를 묻자 자신처럼 일본말을 못하는 영어권의 2세 3세 환자가 계속 찾아온다는 거에요." 영어권의 이민자녀라 해도 아프면 '정서로 통하는' 같은 핏줄의 의사가 더 편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라며 웃는다. ■요즘 위장내과서는… ▷ 요즘 미국의 소화기 내과에서 새롭게 관심되는 것의 하나가 위암을 발생시키는 헬리코박터 박테리아에 대한 백신 개발이다. 백신이 나오면 위암이 특히 많은 한인들에겐 큰 위안이 된다. ▷ 기름진 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인들에게 큰 공포의 대상인 대장암에 대한 계몽도 이슈 중 하나. 소화기 전문의들은 50세 이후부터 10년에 한번씩 대장암 검사를 받도록 권한다. 그러나 가족 병력이 있으면 40세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장에 혹이 있어 제거 수술을 받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3년 마다 혹은 그보다 자주 의사지시를 따르도록 한다. ▷ 반면 위 내시경 검사에 대한 가이드 라인에는 '일년에 한차례 해야 한다'는 제시는 없다. 소화불량 증세가 2주 이상 계속될 경우 의사지시에 의해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 볼 것이라고 되어 있다. 나이가 들어도 소화에 이상이 없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김인순 기자

2009-09-07

[굿 사마리탄병원 한인 의사들-3] 한승수 내과 전문의

"굿 사마리탄병원에 대한 소문(?)은 시카고에서 이곳 캘리포니아주로 와서 USC 내과 레지던트로 있을 때 의사들을 통해 들었어요. '수준이 높다'고요. 그때 마음속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한승수 내과의사는 결심대로 85년 현재의 올림픽과 웨스턴에 병원을 오픈하면서 굿 사마리탄병원과 인연을 맺었고 24년째 이어오고 있다. "미국의 병원 시스템은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이라면 병원에 의사가 있어서 환자는 그 의사를 보러 병원에 갑니다. 그러나 미국의 병원이란 개념은 수술실 등 치료에 필요한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으로 의사들은 병원 밖에서 자신의 개인 오피스에 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것을 어텐딩 시스템이라 하고 그 병원의 수술실을 비롯한 의료시설과 의료진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의사들을 그 병원의 어텐딩 닥터(attending doctor)라 한다. 한글사전에는 '주치의'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그 병원에 자신의 환자를 데리고 가서 의료시설과 그곳과 연관된 다른 전문의료진들의 도움을 받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따라서 어떤 병원을 택하느냐가 개업하는 의사에게는 관건이다. "특히 저처럼 내과의사들에겐 어떤 병원을 선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지요. 왜냐하면 미국에서 내과의사는 모든 질병의 문지기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우선 내과의사를 찾는다. 이때 내과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그 환자의 치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미국서 내과의사의 역할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워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과의사는 처음 환자가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하며 찾아 왔을 때 그 원인이 어디인지를 제일먼저 짚어 줄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고 또 일단 원인을 정확히 찾아 낸 다음에는 '위 내시경을 받아 보아야 합니다'하며 그 환자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치료방법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하지요." 따라서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의와 또 상황에 필요한 수술 등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의료시설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이같은 종합적인 조건을 갖춘 '수준 높은 병원'과의 연계가 미국의 내과의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몫인 것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3가지 있어요. 첫째가 실력을 갖춘 전문의 둘째가 수술실과 편안한 입원실 셋째가 친근감이 가는 간호팀인데 굿 사마리탄병원에 보낸 환자들에게 불만의 소리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모든 입원실이 독방으로 되어 있어서 한인환자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 병원과의 첫 인연을 계기로 한승수 내과의사가 생각해 낸 것이 한인환자를 위한 건강보험시스템이다. "주치의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인들이 의사소통으로 불편함을 겪는다는 걸 알고 20년 전 뜻을 같이한 한인의사들이 몇몇 모여서 한인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 '코리안 메디컬 그룹'(KMG)으로 지금은 150여명 정도의 한인 및 미국인 의사들이 이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한인 환자들은 자유롭게 한인 의사를 선정할 수 있을 뿐아니라 각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는 실력있는 한인의사들을 소개받을 수 있게끔 됐다. "미국에서 출산하는 한인 여성들이 한인 산부인과 의사와 만날 수 있도록 15년전에 굿 사마리탄 병원에도 한인 산부인과 의사들을 연결했습니다. 아마 지금 한인 여성들 사이에서는 굿사마리탄 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을 가장 원할 정도로 편안한 병원이 됐지요." 한 내과의사는 "진단을 잘 해서 좋은 의료진과 연결시켜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에게 찾아 오는 환자를 볼 때" 내과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는다. ■한승수 내과의사는... - 연세대 의대 졸업(75년), 세브란스 병원서 1년 인턴십. - 뉴욕으로 이민(78년), 롱아일랜드 머시 하스피틀(Mercy Hospital), 시카고 세인트 프란시스 하스피틀에서 내과 인턴, 레지던트. - 이곳 USC에서 2년 내과 레지던트, UCLA 샌 퍼난도 밸리 프로그램의 암내과에서 2년 레지던트. - 올림픽과 웨스턴에 병원 오픈(85년). - 한인의사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KMG 공동 대표. 김인순 기자

2009-08-31

[굿 사마리탄병원 한인 의사들-2] 이상준 산부인과 전문의

"굿 사마리탄 병원과의 인연이요? 2001년 동부에서 이곳 LA로 처음 오면서 시작됐으니 벌써 9년째가 되어 가네요. LA에서 '첫 정'인 셈이라 이젠 집처럼 편안한 관계이지요." 이상준 산부인과 전문의는 특히 이 병원의 산부인과 병동은 산모에게 안정감을 줘서 적극 권하고 싶다고 말한다. 71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이 전문의가 미국에 이민 온 것은 74년 동부쪽인 필라델피아였다. 그 곳의 메릴랜드 의과대학에서 레지던트와 외과 및 산부인과 전문의를 79년에 수료하고 곧바로 캐롤 카운티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서 환자를 보기 시작했다. "한국에 가기 전인 98년까지 그 병원에서 산부인과 과장(chairman)까지 지냈으니 20년은 되나 봅니다. 한인은 별로 없고 환자가 주로 미국 여성들이었지요." 20년 가까이 미국인 환자만 대하다가 98년 성균관 의대 강북 삼성병원에 초빙되어 의대교수와 산부인과 과장을 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오랜동안 미국에서 환자를 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미국식으로 환자를 대했던 모양인데 그게 한국에서는 신선하게 보였던 모양이에요. " 예를 들어 몇시간 기다리다가 실상 의사보는 시간은 5분도 걸리지 않는 것이 한국식 진료이다. 그러나 이곳 미국서는 증세를 자세히 설명해 줄 뿐아니라 환자의 질문에는 모두 대답해주면서 환자를 위해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한국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다 보니 신문사에서도 산부인과 쪽으로 업데이트된 건강 칼럼을 써달라는 기고 부탁도 받았고 나중엔 TV에서까지 의료 관련된 정기 프로를 하기도 했어요. 3년 남짓 한국에 있는 동안 뜻하지 않게 매스컴을 많이 탔지요." 조선일보에서 뽑는 '한국의 명의 50인'에도 들어 갈 정도로 실력과 인기를 한 몸에 누렸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삼성병원에 난소에 비정상적인 모양의 기형종이 생긴 환자가 입원했는데 이 박사가 수술로 그 종양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놀랍게도 종양 속에는 머리카락 피부 그리고 어금니 모양을 한 뼈조각이 있었다. 보기 드문 케이스로 난해도 높은 종양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TV에도 그 과정이 자세히 소개된 바 있다. "사람에 따라서 난소에 몸안에 들어 온 물질들이 모여 비정상적인 종양을 형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케이스는 그 내용물들이 매우 독특해서 저 역시 수술하고 매우 흥분했던 순간이지요." 의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이처럼 원인도 잘 모르고 또 치료도 힘든 케이스를 해결해 환자에게 안도감을 줄 때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행복할 때는 아기를 갖기 힘든 여성이 병을 잘 극복해서 건강한 자녀를 출산할 때 그 가족들이 느끼는 기쁨을 저 역시 공감할 수 있을 때이지요." 필라델피아의 캐롤 카운티 병원에 있을 때 40대 초반의 미국인 여성이 아주 심한 자궁 내막증으로 찾아 왔다. 자궁에 혹의 사이즈가 너무 컸는데 3시간 반 동안 복개없이 복강경을 이용해 무사히 제거했다. 일년 후 임신이 됐다고 다시 찾아왔을 때 그리고 건강한 아들을 낳았을 때 그 남편과 가족이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산부인과 의사처럼 위대한 직업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인 환자 그후 한국에서 한국환자 그 다음에 2001년 부터 지금까지 이곳 LA에서 한인환자를 보면서 산부인과 의사로서 느끼는 것은 여성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그처럼 소중한 여성의 건강 그것도 가장 기본적인 산부인과 질병을 고친다는데 큰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이상준 산부인과 전문의는 아마 다른 산부인과 의사들도 공감할 것이라며 웃는다. ■ 요즘 산부인과서는… # 여성들에게 많은 자궁 경부암을 유발시키는 바이러스를 찾아냈다. 사람의 유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인 유두 바이러스'라 부른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도 개발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취학 아동인 9세의 소녀에서 부터 26세 여성들에게 백신을 맞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간염 백신처럼 3차례에 걸쳐 백신을 맞으면 자궁 경부암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산부인과쪽에서의 백신 개발이기 때문에 획기적인 진보라 할 수 있다. # 과체중인 여성 스트레스가 많은 여성 일찍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일수록 산부인과 쪽의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비정상적인 자궁출혈 증세를 나타낸다. 또 일찍 성생활을 하거나 파트너를 자주 바꾸는 여성일수록 자궁내 염증 유발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불임으로 연결된다. # 18세 이후(혹은 이성교제를 시작하면서부터) 일년에 한번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도록 미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딸을 가진 부모들에게 권하고 있다. 이때 자궁 염증을 비롯해 자궁암생리상태 등에 이상 여부를 알아 조기 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인순 기자

2009-08-24

[굿 사마리탄병원 한인 의사들-1] 이하성 소아과 전문의

한국의 세브란스병원과도 인연이 있어 자매결연을 맺은 사이라 한인 환자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병원 원장인 앤드류 리카씨가 특별히 한인환자들이 편안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입원병동 5층에‘도산홀’을 마련, 입원실에 한국식 병풍과 실내장식을 갖춰 놓을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은 점은 실력있는 한인의사들을 이 병원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굿 사마리탄병원의 한인 의사들을 만나 보았다. "연세대학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했기 때문에 미국와서도 자연스럽게 세브란스병원과 자매결연을 맺은 굿 사마리탄병원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특히 어린이 환자의 부모들이 병원 분위기가 편해서 좋다고 하니 의사로서도 안심입니다." 이하성 소아과 전문의(67)는 한국서 국군수도 통합병원 분원에서 소아과 과장으로 환자를 치료하다가 1976년 LA로 이민왔다. 로마린다대학에서 레지던트를 마치고 79년 한인타운에 개인병원을 오픈했다. "그때 갓 태어난 나의 첫 환자들이 결혼해서 아이 낳아 저한테 치료를 받으러 오는 걸 보면서 나도 이젠 할아버지 의사가 됐구나 하는 걸 느껴요.(웃음)" 동시에 타운에서 외길로 한인 환자를 돌보며 보낸 이민생활 30년에 크나큰 보람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이하성 소아과 전문의는 한번도 소아과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정의 꽃이 어린 자녀이듯이 사회 나아가 국가의 가장 기본되는 것이 바로 어린이들이잖아요? 이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일 보다 더 중요하고 보람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환자를'환자'로 대하지 않는다.'모두 내 자식이다'생각하며 치료해 왔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나 역시 손주가 생긴 후부터는 다 내 손녀 손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부모들은 내 아들 딸과 같아서 아이를 잘못 키우면 때론 쓴소리도 해주지요." 환자 부모에게 항상 말해주는 것이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다. 부모가 우선 아이들의 몸을 건강하게 지켜 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선 육체적으로 건강한 것인데 부모들 중에는 그 순서를 뒤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인데 우선 몸의 컨디션이 좋아야 거기서 의욕도 생기고 무엇보다 좋은 생각도 떠올라 남도 돕고 또 부모공경도 할 줄 알게 되는 거에요." 부모의 사랑이 깃든 음식을 만들어 영양섭취를 잘 하게 해주고 마음편히 즐겁게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주면 공부는 자연히 잘 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단순한 진리를 어길 때 아이는 병이 나게 마련이다. 몸의 병은 고친다해도 마음과 정신에 병이 났을 때는 심각해진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젖을 떼고 일반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야채와 종합비타민을 꼭 먹이라'고 한다. 이 두가지만 잘 지켜도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약병을 잘 보관할 것. 얼마 전엔 15개월된 아이가 물약으로 된 감기약을 마치 콜라 처럼 모두 한꺼번에 마셔 부모가 놀라서 데리고 왔다. 911을 불러 응급실로 보낸 후 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이 됐다. "환자가 어린이들이라 의사이기 이전에 내가 부모 심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소아과가 천직 같다고 웃는다. 소아과의사로서 '대 선배'격인 이 전문의는 20년 전에 '한인 소아과 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20여명 정도 모인다. "왜 인원이 그대로냐고요? 은퇴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 소아과 의사가 된 사람이 있어서 셈이 비슷한 것이지요. " 내과나 다른 분야에 비해 소아과쪽에는 1.5세 2세들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그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치료하는 데는 정서적인 요인도 매우 중요하지요. 한인 환자는 한인 의사가 편해요. 어린 환자들도 마찬가지지요. 우리 1세들은 언젠가는 은퇴해야 하는데 우리 자리를 이어 줄 후배들이 더 많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인순 기자

200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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